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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Video Link]자연을 그리는 김계리 디자이너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에 본인만의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담아 작품을 제작하는 <김계리>디자이너와의 인터뷰
" 예술적 이상을 실현 하는 것 "
자연의 감수성과 조형에서 영감을 담아 디자인과 아트 그 사이의 경계를 넘다.
북유럽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유럽 내 미술관에서 전시경력을 쌓으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김계리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디자인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계리라고합니다.
가구와 설치물을 위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베이스지만 예술적인 아트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예술과 산업을 동시에 가지고 가면서, 이상적이지만 실리적인 철학을 가지고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Q. 대학이나 공방이 아닌 SADI (디자인 교육기관)에서 가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SADI라는 곳은 삼성에서 후원하는 디자인 아트 스쿨이에요. 삼성에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무적인 교육과 해외에서 진행되는 산업기반 기초 파운데이션 시스템을 도입하여 만들어진 교육기관이에요. 일반 대학과는 다르게 2, 3학년 과정부터 매우 많은 산학과정들이 있어서 실무를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기관이에요.
SADI에 입학하기 전에는 저도 일반 대학교를 잠깐 다녔었는데, 대학의 수업이나 그 분위기가 저와는 맞지 않아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사디의 커리큘럼에 매력을 느껴 입학하게 되었어요.
Q. SADI에서 교육을 마치고 바로 유럽으로 가신 건가요? 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SADI를 졸업한 후에,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전공이었던 전자제품 디자인을 내가 진정 좋아하고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일까 고민이 되더라구요. 그러다가 폭넓게 조형적인 부분에서, 실험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가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럽에 가게 된 이유는 원초적으로 유럽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동경하고, 이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해외 취업을 마음먹은 후에 1~2년 동안 새로운 포트폴리오 준비와 영어 공부를 했어요. 이후에 운이 좋게도 헨릭 빕스코브라는 실험적인 패션 베이스의 디자이너의 회사 아래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Q. 어떤 디자이너를 동경했나요?
유럽에 있을 당시에는 의욕이 엄청났던 상태다 보니, 프랭크 게리나 자하 하디드 같은 드라마틱한 이미지를 좋아했어요. ‘왜 한국에는 이런 작가들이 없지..?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이런 디자이너들을 동경하면서도 이들의 뒤를 잇고자 했던 것 같아요.
Q. 해외에서 커리어를 어떤 커리어를 이어 나가셨는지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어떤 건가요?
처음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반년 정도 인턴으로 일을 했었어요. 디자인이 발전된 나라에서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나니, 오히려 소속되지 않고 개인 작가로서 ‘내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인턴이 끝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동안 했던 개인 작업물을 이어서 진행을 했어요. 해외 인턴 오기 바로 전 투어 식으로 진행했던 독일 미술관 전시 작품을 인턴이 끝난 후에 기능성을 좀 더 고려하여 리디자인했어요. 그 작품으로 독일의 공예 페어에 다시 참여하게 되면서 개인 작가로서 커리어를 쭉 이어 나갈 수 있었어요.
Q. 신인 디자이너로서 해외 생활과 한국 생활의 차이나 느낀 바가 있나요?
업계의 성격이 다른 점으로는, 작품에 대한 가치관과 예술을 어떻게 의식을 하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유럽은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을 쉽게 경험할 수 있을뿐더러 예술 작품이 역사 속에 있어왔던 지라, 예술 작품들 대하는 일들이 특별한 것이 아닌 ‘평범하고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유럽의 일반 가정집에서도 유명 화가와 작가들의 작품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다만, 우리나라는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같은 갖춰진 공간에 가야만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예술 작품을 다루는 태도 자체가 조금 다른 것 같고, 예술적 다양성이 받아들여지는 정도가 다른 거죠. 우리나라도 이제 막 부흥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서 앞으로의 시대에는 변화가 기대돼요.
Q. 자연의 감수성을 해석한다는 소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평소 어떻게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의 경우에는 여행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는 것 같아요. 해외에 가면 처음 보는 건물, 포스터,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사소한 모든 것들. ‘새로운 것들'이 저에게 인상 깊게 다가오고, 특히 그것들이 제 취향에 맞는다면 매우 감성적으로 와 닿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동해처럼 광활한 바다를 보고 영감을 얻기도 했고요. 그래서 여행하는 중이나 그 후에, 틈틈이 여행의 감정들을 담아 기록하면서 작업물로 염두에 두곤 해요.
Q. 최근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전에 파도에 영감을 받아 작업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바다를 본 지가 오래됐더라구요. 처음에 작업했던 마음을 되찾고자 최근에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을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새로운 영감들도 생겨나고 정말 좋았어요.
Q. 최근 전시했던 WAVES 시리즈는 어떻게 탄생했는지 과정이 궁금해요.
생각이 복잡할 때, 또는 앞이 막막할 때 항상 자연을 찾는 것 같아요. 특히 ‘바다’를 많이 찾는데, 20대 초반에는 혼자 버스에 몸을 싣고 동해까지 떠나곤 했어요. 또 제가 일했던 덴마크에도 자전거로 20분 거리에 바다가 있었거든요. 해외 생활하면서 힘들 때 바다를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개인적인 감정의 경험을 넓혀서 가구라는 매개체로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부드러운 곡선에 위로를, 단단한 재질감에 힘과 자신감을 담아서 보는 이들에게 원동력을 주는 가구를 만들고자 했어요.
Q. 이전 Wave series와도 연결되는 작업물인가요?
덴마크에 있을 때, Wave series는 혼자 스케치하고 렌더링하는 정도였어요. 타지에 공장도 모르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데 이 작품을 실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죠.
그러다가 인스타그램 작업계정에 이미지를 올렸는데 어떤 분이 댓글로 이 작품을 구매할 수 있냐는 거에요. 사소한 계기지만 그때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생산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은 해외보단 한국이 유리하니까 ‘한국에 가서 내 꿈을 이뤄보자’ 하는 생각으로 돌아와서 WAVE 테이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작품이 있다면?
처음으로 협업을 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사운즈한남에 있는 ‘오르오르 편집숍’과의 프로젝트인데요. 분더샵에 필요한 조형물과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그래픽디자이너님과 여러 클라이언트분과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어요. 개인 작업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협업한 저의 첫 ‘설치 작업’이다 보니 굉장히 인상이 깊었어요. 작업 과정도 참여했던 많은 사람이 자유롭고 재밌게 진행했는데, 결과물 역시 매우 만족스럽게 나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뽑고 싶어요.
Q. 아트적인 디자인과 판매가 가능한 작품을 디자인할 때 고려사항도 다를 것 같아요.
아트 작업은 포커스가 제 ‘개인’에게 있는 것 같아요. 개인의 영감, 감정을 시각화해서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판매를 생각하는 가구를 만들 때는 저보다는 ‘사용자’ 위주로 생각해요. 물론 저의 아이덴티티와 철학이 담겨있지만, ‘사용자의 공간에 이 제품이 잘 어울릴까? 어떻게 하면 훨씬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등의, 사용자가 봤을 때의 느낌을 세세하게 상상하면서, 사용자를 위한 무게나 높이 등을 고려해서 실용적으로 디자인하는 편이에요.
Q. 따로 회사나 브랜드와 협업하지 않고 개인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혼자 하는 이유는 사실 정말 단순해요.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예요. 그런데 이게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요. 디자인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 핸들링, 세금 문제나 마케팅 업무 등 혼자 처리하기 어려운 일들이 정말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정작 제가 하고 싶었던 디자인에 집중을 못 하는 상황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이제는 다양한 제조사나 가구 업계 종사자님들과 협업해보고 싶어요.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도 다른 개인 디자이너 또는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자이너나 작품이 있나요?
시간이 갈수록 작업을 더 해보니까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좀 바뀌더라고요. 아이리스 반 헤르 펜 (Iris van Herpen) 이라는 네덜란드 출신 디자이너가 있는데, 이분 베이스가 패션이긴 해요. 그런데 이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그 깊은 고찰이 매우 매력적이에요. 저도 조형적인 요소와 입체가 주는 매력, 그리고 구도감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 아이리스 반 헤르 펜은 세계적으로, 패션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조형적인 매력을 만들어내는 수준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의 미래적인 디자인을 보면서 저도 이런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앞으로 김계리 디자이너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분야가 있다면?
당장의 목표는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환경이라 하면 동료도 있고, 경제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고요. 사실, 지금은 그렇게 마음껏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 같아요. 디자인에만 집중 못 하는 상황들도 더러 있고요. 마냥 의지만으로는 극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가진 재능과 경험을 믿고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기반을 다지고 싶어요.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덴마크에 있을 때 해봤던 설치 작업을 다시 해 보고 싶어요.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업에 열망이 있어서 규모가 큰 설치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예를 들면 위에 말씀드린 아이스 반 해르펜의 패션쇼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그 패션쇼만을 위한 설치 작업을 하는 것이죠.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네요.
Q. 가구 디자이너로서 다시 해외 활동을 하실 계획도 있나요?
언제나 다시 해외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여러 상황 때문에 계획대로 못 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언제든지 다시 해외로 가서 더 큰 무대에서 저를 알리고 활동하는 꿈을 가지고 있어요.
Q.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먼 미래에 어떤 디자이너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나요?
먼 미래라고 하니 굉장히 어렵네요. 저는 무엇보다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수장? 이 되고 싶어요. (웃음) 먼 훗날에는 저 혼자하고 있지 않겠죠. 더 다양한 브랜드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을 텐데, 이런 인재들을 융합하면서도 개성이 확실한 디자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더 나아가서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고요.
Q. 마지막으로, 김계리 디자이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될 독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디자이너 김계리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처럼 저만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왔고요, 이런 디자인을 하는 김계리라는 디자이너를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꿈에 도전하는 독자님들이 계신다면, 제가 그랬던 것처럼 쭉 밀어붙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위에 계란 치기라도 계속하다 보면 가능하다고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제 작업물을 통해 여러분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힘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